Zine No.3
안양일번가
2025.09
148*210mm
64p
일번가는 여전한가요?
서울에서 동향 사람을 만나는 게 왕왕 있는 일이지만서도 일번가의 안부를 묻는 이는 오랜만이었다. 언론에선 일번가의 상권이 코로나로 인해 붕괴되었다 이야기하였지만, 나는 왜인지 모르게 이 흉물스러운 건물에게서 묘한 영적 기운을 느끼는 듯했다. 우뚝 솟은 콘크리트 덩어리가 잿더미로 변하였을 때 일번가는 몰락했다. 아릿한 온기가 남아있던 자리와 알코올 향을 머금은 숨이 피어오르던 공간은 텅 비었고 일번가는 껍데기만 남았다. 이 모든 건 그 콘크리트 덩어리와 함께 사라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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